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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

등록일 23-10-10 16:47
  • 작성자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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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

2023-10-06 교류/실천

경희학원이 9월 21일 유엔 제정 세계평화의 날 42주년을 맞아 평화의 전당에서 ‘Peace BAR Festival(PBF)’을 개최했다. 기념 대담에서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 겸 경희대학교 Eminent Scholar는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기존 문명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역사 문명의 틀을 만들어 갈 의식과 정치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경희학원 9월 21일 세계평화의 날 맞아 ‘Peace BAR Festival’ 개최
닉 보스트롬, 존 아이켄베리 등 미래학자, 국제정치학자 초빙 ··· 전환 문명 새 활로 모색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종합적인 안목, 전일적 시야 가져야 ···”


“전쟁의 참혹한 현실 앞에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국익을 강화하는가가 아니다. 우리의 이웃과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도모할 인류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하는 문제다.”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 제안자인 경희학원 설립자 조영식 박사는 1986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평화의 해 기념식에서 이같이 역설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사회의 평화’는 멀기만 하다. 오히려 최근 들어 악화일로에 있다. “인류와 지구 행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하다”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올해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가 이를 방증한다. 경희가 9월 21일 제42회 유엔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개최한 Peace BAR Festival(이하 PBF)도 같은 문제의식을 담았다. 올해 PBF 주제는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Peace or Collapse: Planetary Society at an Inflection Point)’였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미래, 전일적 실존의 지평(The Future at a Cross Road: New Horizons for Holistic Existence)”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인간의 생존과 실존이 기로에 선 시대를 살고 있다. ‘협력, 아니면 공멸’이란 화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두드러진다”면서 “거대한 지체(Great Dithering)를 이어가는 오늘의 지구적 현실을 넘어서는 길은 스스로 일깨움의 과업을 자처하는 미래 시민의 몫이다. 거대한 지체에 맞서 ‘왜소해진 개인에서 강화된 개인으로’ ‘강화된 개인에서 자신과 이웃, 사회와 세계를 향한 의식을 키우는 시민으로.’ 이것이 전환의 시대가 부르는 지구적 실존을 위한 향상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기로에 선 미래, 전일적 실존의 지평” 전문 보기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미래, 전일적 실존의 지평(The Future at a Cross Road: New Horizons for Holistic Existence)”을 통해 인간의 생존과 실존이 기로에 선 시대의 지구적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미래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진화 혹은 절멸’의 화두, 문명사적 연구의 장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
올해 PBF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기념 강연 △기념 대담 △라운드테이블로 이어졌다. 행사는 웹캐스트(pbf.khu.ac.kr)를 통해 생중계했다. 기념 대담은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의식과 정치’를 주제로 진행했다.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 존 아이켄베리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 겸 경희대학교 Eminent Scholar 등 미래학자, 국제정치학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김상준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대담자들은 인류의 실존을 위협하는 기존 문명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역사 문명의 틀을 만들어 갈 의식과 정치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기념 대담에 앞서 닉 보스트롬 교수가 ‘AI 유토피아로 가는 길과 그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념 강연을 했다.


행사는 인류가 마주한 시대 진단으로 시작했다. 조인원 박사는 “지구 행성의 재앙적 기후·환경 변화, 핵전쟁 가능성, 파괴적 과학기술의 빠른 확산, 불안정한 균열이 만연한 현실 정치 등 세계는 지금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유례없는 상황과 대면하고 있다. 전례 없는 복합위기를 맞아 ‘진화 혹은 절멸’이라는 화두가 문명사적 연구의 장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됐다”라고 전하면서 그 함의에 주목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인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집단 대응(Collective Action) 아니면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두 가지밖에 없다”고 경고한 데 이어 최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펄펄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역설했다.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는 게 관행인 국제기구에서 그 어떤 외교적 수사도 담지 않은 초강경 어조로 상황을 규정했다.


조 박사는 “국제사회는 지난 수십 년 지구적 난제를 다루는 수많은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주어진 문명사적 재앙의 가능성을 막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거대한 지체’라 부른다. 인류는 왜 운명이 걸린 문제에도 대응을 지체하고 있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후, 인류가 산업화 도정을 재촉하면서 만들어 온 현실 인식과 문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현대 산업사회는 ‘성장’에 각별한 무게를 두면서 모든 것을 경제 가치로 환원하는 사유 방식을 만들어왔다. 그 경향성이 현대문명과 현대적 삶에 내재되면서 개인과 사회, 국가, 국제사회는 산업문명이 거둔 성취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수긍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위기와 재앙을 초래한 배경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체제의 욕망으로 인한 ‘거대한 지체’의 역사를 상기하면 오늘의 문명사적 위기를 돌파해 내는 실존 의지를 모으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마지막 수단은 아마도 시민사회의 깊은 성찰과 문제해결을 위한 개별 시민의 돌파 의지일 것”이란 생각을 덧붙였다.


닉 보스트롬 교수는 “과거 경험과 교훈을 통해 경로를 바꿔야 한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갈등은 핵 대전으로 치닫지 않았다. 핵을 사용하면 모든 인류가 자멸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의 실존적 위협은 핵이 전부가 아니다. 기후일 수도 있고, 초지능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위기는 인간이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상기하면서 거시적 관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초한 ‘실존적 위협’ ··· 거시적 관점으로 대처해야”
닉 보스트롬 교수는 강연과 대담에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유사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첫 번째는 한 근로자가 자신이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은 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는데, 그가 만든 것이 히틀러가 전쟁에 사용한 무기였다는 사례였다. 두 번째는 인류가 끊임없이 벌이고 있는 투쟁과 전쟁, 정치적 당파 싸움의 결과는 파괴와 고립이라는 것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첫 번째 사례처럼 자신이 하는 일의 향방과 결과를 생각하지 않으면 스스로 행동을 정당화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전쟁과 당파 싸움은 우리의 조율과 조화가 부족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우리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 경험과 교훈을 통해 경로를 바꿔 나가야 한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갈등은 3차 핵 대전으로 치닫지 않았다. 핵을 사용하면 모든 인류가 자멸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인류의 실존적 위협은 핵이 전부가 아니다. 기후일 수도 있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일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실존적 위협은 인간이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상기하면서 거시적 관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핵, 기후,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위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 20일(현지 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정상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 참석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지정학적 위기, 기후 위기, 첨단기술 발전에 따른 패권 경쟁 등 복합적인 위기가 산적해 있는데,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출범한 역사를 반추하면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협력과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인류는 1930년대와 1940년대 초에 걸쳐 대공황, 2차 세계대전, 파시즘, 전체주의, 홀로코스트, 원자폭탄 투하 등 큰 위기에 처했으나, 1945년 유엔 출범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냈다.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다자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지금은 1945년과 완전히 다른 시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파리기후협약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다자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 보편 가치,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상생과 공영, 새로운 평화의 길 찾아야”
대담자들의 시대 진단과 문제의식을 담은 발언 이후, 김상준 교수는 “인류의 실존이 위협받는 문명사적 복합위기가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지구사회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모색으로 대담을 이끌었다.


조 박사는 “전일적 사유 방식이 대안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전체는 하나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대명제에서 시작하는 전일적 사유는 이론물리학과 우주론에 닿아있다. 빅뱅 우주론에 의하면, 모든 세계의 시원은 무한소에 가까운 점에서 비롯됐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 박사와 마취전문의 스튜어트 하메로프 박사는 인간 의식의 발현 기제를 공동 연구한 결과, 양자 과학의 미시세계, 인간 경험의 거시세계, 이 둘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양자 파동함수 붕괴 메커니즘을 따른다고 발표했다. 물리학과 우주론, 인문학적 상상을 통해 모든 것의 시원, 인간의 기원에 관한 성찰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인류의 보편 가치,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상생과 공영,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그는 “전환 국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전일적 사유 방식이 시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후, 핵, 인공지능이 각각 특이점(Singularity)에 진입하는 순간 모든 것이 붕괴될 수 있는 이 시점에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중첩과 얽힘, 비국지성과 몰경계성의 과학적 이해와 인문사회적 함의를 되새겨야 한다. 그것이 근대적 패러다임이 만들어 낸 인간과 정치,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켄베리 교수도 ‘전일적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 위기는 국경을 초월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류 공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세계시민 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기본이 되는 규범과 동의할 수 있는 원칙을 찾아야 한다. 의견 차가 있겠지만,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기에 처해 있던 국제질서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해체되고, 붕괴됐다. 국가 간 공존과 협력이 사라지고, 자국 이기주의가 확대됐다. 세계시민 의식도 훼손됐다. 팬데믹으로 상호연결성이 더욱 분명해졌지만, 고립과 분열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희망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간은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한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문명을 이룩했다. 글로벌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인간이다. 인간에게 위기를 돌파할 내재된 역량이 있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활용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그는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물어본다. 그때마다 자유가 있는 개방된 사회, 지구적 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 부분에서 대학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지적 지평을 넓혀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 단선적이고 분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위기에 처해 있던 국제질서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해체되고, 붕괴됐다. 상호연결성이 더 분명해졌지만, 고립과 분열이 극심해졌다”고 우려하면서도 “인간은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 놀라운 창의성을 발휘한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문명을 이룩했다. 인간에게 위기를 돌파할 내재된 역량이 있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기대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초지능 ···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근해야”
김상준 교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는 측면에서 초지능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초지능이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것이다. 인공지능이 지능은 물론 의식의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수 있다면,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도 그와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 초지능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 초지능을 같은 문제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등장하면, 인류는 어떻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역사를 통해 그 답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는 그동안 산업문명의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종을 멸종시켰다. 다른 동물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이다.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동물의 생존이 그들의 의지보다 인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처럼, 인간의 운명이 외계 지적 생명체나 초지능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들이 인간에게 적대적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지구와 동식물에 자행해 온 행동을 돌이켜보면, 그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의 지능을 훨씬 더 능가하는 초지능이 개발되면, 이 초지능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인류의 실존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과정을 살펴보면, 실존적 재앙이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행인 점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설계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초기 설계가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인공지능을 인류의 보편 가치와 윤리에 부합하는 방향,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직 기회가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는 다른 문제다.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상황을 살피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대담자들은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갈 문명의 새 패러다임에 관해 논의했다. ‘붕괴’에 대응할 의식과 정치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역사에서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핵 문제를 둘러싼 역사를 상기시켰다. 미국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핵 개발에 나섰고, 1945년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핵의 위험성을 깨달은 국제사회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출범했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늘어났고, 인공지능을 적용한 핵의 등장도 가시권에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서 같은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 우리가 필요에 따라 개발한 신기술이 악용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기업과 정부,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해 누구나 혜택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스트롬 교수는 ‘취약한 세계 가설’을 설명하면서 인류가 붕괴의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서로 견제·협력하는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인류가 신기술을 발명하는 것을 항아리에서 공을 꺼내는 것에 비유했다. 항아리에는 문명을 붕괴에 이르게 하는 검은 공, 인공지능처럼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모르는 회색 공, 인류를 이롭게 하는 흰 공이 들어 있다. 닉 보스트롬 교수는 “우리가 검은 공을 뽑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인류는 절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취약한 세계로 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한다. 문명 붕괴를 막기 위한 확실한 방법, 강력한 감시와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PBF는 ‘평화 혹은 붕괴, 변곡점에 선 지구사회’라는 대주제 아래 개최됐다. 행사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 △기념 강연 △기념 대담 △라운드테이블로 이어졌으며, 웹캐스트(pbf.khu.ac.kr)를 통해 생중계했다. 사진은 기념식의 대미를 장식한 음악대학의 ‘나는 살고 싶어라(Je Veux Vivre, 사를 구노)’ 공연 모습.


“어떤 미래 열어가야 할 것인지 공론화하면서 전환 시대에 적극 대처해야”
김 교수는 “강한 감시 체계를 마련해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계와 틀은 인류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기성의 이념과 체제, 국가와 민족에 사로잡힌 기존 현실 정치는 기대감마저 상실하게 한다. 이런 이유로 조 박사님은 ‘초월적 개입(transcendental engagement), 포월(包越)의 정치’를 통해 의식과 정치의 전환을 강조해 오셨는데, 자세한 생각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조인원 박사는 “2018년 15세였던 그레타 툰베리 학생이 촉발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했다. 여기에서 나타나듯이 미래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기성사회에 대한 불신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 기성사회, 기성정치가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앞서 외계 지적 생명체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문제 역시 우리가 읽어내는 ‘주어진 현실’과 ‘고정 관념’의 지평을 넘어설 것을 주문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향한 사회적 관심은 2010년부터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존 랫클리프 전 미 국가정보원 원장, 빌 넬슨 미 NASA 국장이 현 인류의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확인 공중 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on; UAP)이 존재한다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확산했다. 그 관심은 2021년 12월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과학적 발견으로 더욱 높아졌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인류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우주를 보여주며 우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 7월 미 하원은 UAP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지구상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UAP의 존재, 외계 지적 생명체(Non-human Intelligence; NHI)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機體)와 함께 발견됐다는 인간 아닌 생물체(Non-human Biologics)에 관한 증언이 있었다.


“UAP, 과거에 UFO라고 불렀던 이 현상에 대한 목격담은 1940년대부터 전 세계에서 수없이 전해졌다. 목격담을 보고한 수많은 사람은 조롱과 낙인의 대상이 됐다. UFO 관련 주제를 금기시하는 사회적·국제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소개한 조 박사는 “외계 지적 생명체를 둘러싼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Unknown Unknowns) 영역으로 눈을 열어야 할 때라는 사실을 일깨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모든 가능성에 관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때”라면서 “근대적 사유의 인식론, 경계와 환원에 의한 사유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식 체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개개인의 삶과 학문의 영역에서 지적 호기심과 인식의 지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개인과 사회, 국가, 국제사회 차원에서 어떤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인지 공론화하면서 전환 시대에 적극 대처해가야 한다. ‘초월적 개입’ 혹은 ‘포월(包越)의 정치’는 이런 사유를 바탕으로 틀 지워진 현실 인식을 ‘벗어나고 넘어서고 포괄하면서’ 내 안의 열린 가능성, 우리 안의 공감 지대를 일궈내는 일이다. 붕괴의 가능성에 맞서 새 희망의 지평을 여는 것이다. 이 과업은 이 시대를 사는 개인과 사회, 국가와 국제사회에 마지막 남은 선택지일지 모른다”는 말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